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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 & 자기계발

경영대학원의 교육은 실제로 경영자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끼친다

매거진
2018. 9-10월(합본호)

경영대학원 교육은 실제로 경영자 의사결정에 영향을 끼친다

정지욱, 신택진

 

대부분의 경영대학원은 미래의 리더들이 조직을 이끌 수 있도록 훈련시키는 것을 궁극 목표로 삼는다. 그러나 이런 목표를 얼마나 달성하고 있으며, 학생들의 리더십이 경영대학원 교육의 영향을 얼마나 받는지는 여전히 논쟁이 진행 중이다. 경영대학원 교육은 실제로 오랜 시간이 흐른 뒤 학생들이 주요 기업과 금융기관에서 의사결정자 위치에 도달했을 때의 마음자세와 행동에 영향을 줄까?

 

필자들은 이와 관련해 지난 30년간 사업다각화에 대한 CEO의 의사결정을 살펴봤다. 이 기간 동안 경영학자들의 다각화에 대한 관점에 급격한 변화가 있었으므로, 학생들의 관점이 교육의 결과로 형성되는지 확인하기에 적절한 연구주제라고 판단했다.

 

1960년대까지, 학계에서는 다각화를 중요한 전략으로 간주했다. 하버드경영대학원에서 경영전략의 개념을 유행시킨 케네스 앤드루스Kenneth Andrews 1951 HBR에 다음과 같이 기고했다. “미국 기업들이 의도적으로 사업다각화를 해온 이유는 그들이 조직과 수익의 안정성 제고, 기업 자원활용 효율화, 마케팅 운영의 경제성, 예상치 못한 기회와 특수한 경제상황의 활용을 통한 수익 창출을 희망했기 때문이다.” 이후 다각화에 대한 관점은 점차 변화해, 1970년대에는 회의론이 퍼졌고 1980년대에는 직접적 비판론으로 이어졌다. 라케시 쿠라나Rakesh Khurana < From Higher Aims to Hired Hands >에서 자세히 설명했듯, 이는 1970년대 경영대학원에서 금융경제학이 지배적 이론으로 떠오르면서 경영교육에 일어난 광범위한 전환을 반영하는 현상이다. 특히 대리인이론Agency Theory은 학계와 경영계 모두를 지배하는 주류 패러다임이 됐다.

 

자주 인용되는 HBR 아티클 중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이자 아마도 가장 저명한 대리인이론의 주창가일 마이클 젠슨Michael Jensen의 글이 있다. 젠슨 교수는 사업다각화가 주주의 자산을 담보로 한 경영진 기회주의의 대표적 예라며 다각화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또 젠슨은 연구와 강의를 통해기업 경영인은 다각화를 피하고 기업의 핵심역량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을 퍼뜨렸고 이것은 기업 재무의 새로운 정설이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70년대 다각화에 반대하는 이론과 증거가 속속 등장하는 사이에도 1980년대 중반까지 다각화를 유지하는 기업이 많았다. 본 연구는 미국 경영계에서 다각화 감소 추세가 왜 그렇게 늦게 나타났는지 설명하고자 했다. 기업전략은 최상위 의사결정자의 관점을 반영하며, 따라서 전략의 변화는 의사결정자의 관점 변화 또는 새로운 의사결정자의 등장에 따라 이뤄진다. 그리고 이런 두 가지 변화는 경영대학원이 가르치는 내용의 변화보다 훨씬 늦게 일어난다.

 

생각해 보자. 1970~1980년대 사업다각화에 대한 회의적 관점을 흡수한 MBA과정 학생들이, 미국 주요기업에 들어가서 조직의 사다리를 올라가, 마침내 새로운 CEO가 돼 다각화에 제동을 걸기까지는 20~30년이 걸렸다.

 

이 가설을 테스트하기 위해 1985년부터 2015년까지 미국 대기업을 경영한 CEO 2031명의 자료를 수집했다. 인명록과 데이터베이스를 제작하는 민간출판사 마퀴스 후즈 후Marquis Who’s Who와 블룸버그의 기업경영인 프로필&전기Bloomberg’s Executive Profile & Biography등 다양한 아카이브 자료에서 이들이 MBA를 취득한 학교와 졸업연도 등의 학력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본 연구의 표본을 보면, 1980년대 CEO 20% MBA 학위를 보유했으며, 그 수치는 1980~1990년대에 걸쳐 서서히 33%까지 증가했고, 2000년대에는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표본을 세 집단으로 나눴다. 1970년대 이전 MBA 취득자, 1970년대 취득자, 1980년 이후 취득자 등이다. 각 집단의 다각화에 대한 전략적 결정에 차이가 있는지 확인했다.

 

결과는 다음과 같다: MBA 학위가 없는 CEO와 비교했을 때, 1970년대 이전에 MBA를 취득한 CEO는 임기 중 사업다각화를 추구한 비율이 17% 더 높았다. 반면 1970년대 MBA취득 CEO그룹과, 그 이후 MBA 취득 CEO그룹은 MBA 학위가 없는 CEO와 비교했을 때 각각 24%, 30% 낮은 비율로 다각화를 시행했다.

 

연구자료 중 브리스톨-마이어스 스큅Bristol-Myers Squibb의 사례는 사업다각화에 대한 경영대학원의 관점과 이후 CEO의사결정의 관계를 보여준다. 1972년에서 1994년까지 CEO직을 수행한 리처드 겔브Richard Gelb(하버드, 1950)는 브리스톨-마이어스의 스큅 인수를 지휘했고, 이와 더불어 기업은 개인생활용품 기업에서 다각화된 거대 제약기업으로 탈바꿈했다. 피터 돌런Peter Dolan(다트머스, 1980) 2001년 주도권을 잡은 이후, 양상은 달라졌다. CEO가 된 돌런은 1970년대 후반 경영대학원에서 배운 대리인이론에 따라 거의 제약분야에만 집중하는 사업적 변화를 시도했다.

 

본 연구를 위해 기업의 특징, CEO의 자질, 산업군 관련 요인 등 다각화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다양한 요인들을 통계적으로 통제했으나, MBA 교육의 정확한 인과관계를 포착했는지 100% 확신할 수는 없다. 기업이 MBA 학위가 있는 CEO를 고용하거나 CEO가 다각화를 결정하는 데에는 알려지지 않은 요인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므로 MBA 교육만이 CEO의 결정에 영향을 끼친다고 확실히 주장하기는 어렵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가분석을 수행했다. 본 연구자료에서, MBA 졸업생 CEO 4분의 1은 젠슨 교수가 1985년부터 대리인이론을 강의한 하버드경영대학원 출신이다. 젠슨 교수가 대리인이론의 보편화에 핵심 역할을 했음을 고려하면, 그의 강의에 노출된 학생들은 사업다각화에 대한 그의 비판적인 관점에 계속해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버드경영대학원 졸업생의 사례에 한정한 분석 결과, 젠슨 교수가 합류한 후 수업을 받은 CEO는 그 이전 졸업생에 비해 다각화를 시행할 확률이 약 83% 낮았다. 또한 하버드경영대학원 출신 CEO를 기타 대학원에서 MBA를 취득한 CEO MBA 미취득 CEO와 비교한 경우, 하버드경영대학원 졸업생은 젠슨 교수의 임용 이후에만 다각화에 대해 강력한 부정적 영향을 나타냈다.

 

여러 경영대학원이 서로 다른 커리큘럼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도 고려했다. 점점 재무 중심으로 움직이는 추세는 어디든 비슷하다고 해도, 강의 내용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우리는 또 다른 추가분석에서 각 경영대학원의 재무분야 순위를 비교했다. 현대 금융경제학에 노출되는 것이 MBA 졸업자의 다각화에 대한 관점을 바꾸는 핵심 요인이라면, 랭킹 상위권의 재무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CEO는 다각화에 부정적일 것으로 기대했다. 실제로 1970년대 또는 그 이후 MBA 교육의 영향은 재무분야 랭킹 상위 50개 경영대학원에서 교육을 받은 CEO에게서만 관찰됐다. 하버드경영대학원을 포함한 경영대학원들이 대리인이론을 점점 버리고 있는 지금, 다음 세대 CEO의 경영방식 변화는 향후 연구의 주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경영대학원 또는 기타 전문교육 프로그램의 교육자들에게 본 연구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학계에서는 경영이론이 경영실무나 사회에 끼치는 영향이 거의 없다고 개탄하지만, 연구 결과를 보면 장기적인 영향을 관찰할 수 있다. 여기에는 사업다각화 전략을 훨씬 넘어서는 의미가 있다. 경영학자인 고() 수만트라 고샬 Sumantra Ghoshal박사는 경영대학원이 주요 기업 스캔들과 경영위기를 초래하며 경영실무에 직접적으로 악영향을 끼친다고 경고했다. 더 많은 학생, 학자, 리더, 전문가들이 경영대학원의 영향을 돌아보고 있는 지금, 경영교육자들은 자신의 책임과 잠재력을 인식해야 한다. 그들이 무엇을 가르치는지가 중요하지만, 그 사회적 영향은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야 드러난다.

 

 

 

정지욱은 어바나-샴페인 일리노이대 노동 및 고용관계학 조교수다.

신택진은 샌디에이고주립대 파울러경영대학원 경영학부 부교수다. 연구 분야는 기업 거버넌스, 경영진 보상, 경영진 승계, 조직이론이다.

 

번역 석혜미 에디팅 조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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