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스물두 살이던 1987년에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면서 아버지와 할머니가 랑그독 지역에 일군 60ha(약 18만 평) 규모의 와이너리를 물려받았다. 당시 프로럭비 선수로 뛰고 있던 터라 가업을 이어받는 것을 먼 미래의 일로 생각했지만 이제 내가 나서야 할 순간임을 절감했다.
이미 나는 고향마을 생탕드레 드로클롱그 근처에서 우리가 생산하는 와인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후 몇 년에 걸쳐 프랑스 다른 지역과 해외 전문가들에게 배우고 성공에 중요한 업계 관계자들과 친분을 쌓으면서 바이오다이내믹[1]농법 생산과 브랜딩을 중심으로 전략을 세워 나갔다.
현재 제라르 베르트랑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와인 레이블로 연 매출이 1억8000만 유로(약 2550억 원)에 달한다. 내가 처음 이 여정에 나섰을 때 많은 소비자가 랑그독 와인을 기껏해야 테이블 와인 취급했지만 오늘날 우리 와인은 세계적으로 품질을 인정받아 보르도와 부르고뉴 지역의 최상급 빈티지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권위있는 상들을 수상하고 있다. 불과 수십년 만에 거둔 이런 성공은 자연(인간과 환경 모두)을 의사결정과 전략의 중심에 뒀기에 가능했다.
[1] biodynamic, 농장 자체를 자립하는 유기체로 보고 자연과의 조화, 건강한 토양 조성을 매우 중시하는 극단적 유기농법. 제초제나 비료 같은 화학제품을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