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 필자는 불안 증세와 우울증이 심해져 휴직했다. 당시 휴직서를 내면서 ‘내 커리어는 여기까지인가’ 하고 좌절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참으로 고통스러운 시기였다. ‘내가 이렇게 나약한 인간이었다니’ 하는 낙인을 스스로에게 찍어대며 괴로워했다.
아무도 내가 아프다는 사실을 몰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데 온 힘을 쏟았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가도 정신건강 문제를 겪고 있고 결국 괜찮아졌다는 이야기를 그때 들었더라면 조금 덜 아프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몇 년이 흘렀다. 필자는 비영리단체 마인드 셰어 파트너스Mind Share Partners를 설립해 미국 직장 내 정신건강 관련 문화를 개선하는 데 전념하기로 했다. 거기서 내 이야기도 했다. 그리고 다들 아프다는 걸 깨달았다. 개인마다 강도는 다를지라도 직장인이라면 예외 없이 정신건강 문제를 앓는다.
최근 몇 년간 정신건강 문제를 공개적으로 고백하는 연예인과 체육인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에 동참하는 기업 임원은 최근 들어서야 조금씩 보이는 정도다. 본격적인 사회 변화를 촉구하고 정신장애가 흔한 일이라는 인식을 심어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직장이 나서야 한다. 우리는 눈뜬 시간 대부분을 일터에서 보내기 때문에 직장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직장 관련 업무 탓에 얼마든지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마인드 셰어 파트너스의 클라이언트를 위한 업무로 기업 경영진을 일대일로 만나 어떤 정신적 문제를 앓았는지 개인적인 이야기를 들으면서 힘을 북돋아 줬다. 전 직원회의는 물론 각종 모임과 회의에서 이렇게 본인의 이야기를 전달하면 임직원 모두 마음의 문을 활짝 열게 돼 조직문화를 바꾸는 계기가 생길 수 있다. 이를 꾸준한 운동으로 승화하고자 ‘리더스 고 퍼스트Leaders Go First’를 발족했다. 최고위 경영인의 인터뷰 영상과 더불어 지난 수년간 여러 클라이언트와 함께한 결과를 집대성한 ‘컴패니언 플레이북companion playbook’도 여기 포함해 다른 기업 리더들도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하도록 했다. 그리고 직원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내면 좋을지에 대한 베스트 프랙티스를 소개하고 그 중요성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