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살 버릇 여든까지는 안 간다
리타 건터 맥그래스
고객의 구매 결정이 충성도 보다는 습관과 구매 편의성과 더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는 생각에 적극 찬성한다. 소비자 의사결정에 관한 연구에 굉장히 필요한 행동과학 분야의 통찰력을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 호 스포트라이트에서 앞서 래플리와 마틴이 지적했듯이 이는 제품 개발과 브랜드 관리 방식에 큰 영향을 미친다. 고객의 무의식적인 생각이 의사결정 과정을 지배한다는 저자들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또 모든 기업이 고객이 내리는 일상적인 선택을 더 쉽고, 빠르며, 편리하게 만듦으로써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산업 영역에서 가입 모델이 엄청난 인기를 끈 데도 이런 이유가 한몫을 했다. 고객은 일상적인 구매를 할 때 의식적으로 결정을 내릴 필요가 없게 되고 공급자는 손쉽게 반복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듯한 유혹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마틴 리브스[1]와 그의 동료들이 전통적인 전략적 설정이라고 부르는 환경, 즉 산업 경계가 명확하게 정해져 있고 경쟁 기반이 안정적이며 큰 혼란이 잘 일어나지 않으며 한번 확보한 강한 경쟁적 지위는 유지하기가 쉬운 그런 환경에서라면 ‘누적우위’ 이론은 잘 들어맞는다. BCG가 보고서를 통해 보여줬듯이 캔디와 초콜릿을 만드는 회사인 마스는 엄청나게 긴 제품 수명주기를 갖고 있다. 1930년에 시장에 나온 스니커즈와 1941년에 선보인 M&M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잘 팔리는 초콜릿·캔디류다. 프록터앤드갬블P&G의 타이드, 유니레버의 도브, 펩시코의 트로피카나 오렌지주스도 역시 오랜 세월에 걸쳐 사랑을 받아온 품목들이다.
하지만 점점 더 많은 기업들에 이런 일은 불가능해지고 있다. 이들에게 산업 경계는 명확하기는커녕 완전히 흐릿하다. 유통이나 엔터테인먼트, 통신 분야에 종사하는 아무나 붙잡고 물어보라. 그들이 둘러싸여 있는 환경은 안정적이지 않다. 클레이턴 크리스텐슨[2]교수가 지적한 바와 같이, 기업은 해당 산업 분야에 갓 진출한 신입생들에 의해 파괴될 수도 있지만 다른 비즈니스모델을 사용하는 경쟁기업이나 인접한 산업에서 이전해온 경쟁자들에 의해서도 파괴될 수 있다. 또 오랫동안 지속돼 온 경쟁우위라도 누군가가 오프라인 비즈니스를 디지털화해 버리거나(브리태니커 백과사전) 제품을 서비스로 만들어 버리면(집카, 에어비앤비, 우버 참조) 하룻밤 사이에 뒤집어 엎어질 수 있다. 애플과 구글은 그럴 생각이 별로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디지털카메라나 내비게이션, TV광고 시장, 또는 날씨 전문 케이블방송인 웨더채널을 파괴해 버렸다.(미니박스 ‘언젠가는 통하지 않는 날이 온다: 끊임없이 변하는 경쟁우위의 본질’ 참조)
언젠가는 통하지 않는 날이 온다: 끊임없이 변하는 경쟁우위의 본질 인과관계를 설명하고자 하는 모든 이론에는 일련의 제약조건이 달려 있다. 한 가지 조건에서 너무도 잘 들어맞는 이론이 다른 조건에서는 전혀 맞지 않는 건 이런 제약 탓이다.
지난 몇 년 동안 기업들이 전략적으로 가치 있는 지위를 창출하는 방식이 체계적으로 바뀌는 모습을 봐 왔다. 작동하는 시스템 내부의 제약에 의해 이 지위는 강화되는 일이 잦았다. 예를 들면 1900년대 초반에는 대량생산을 통해 범위의 경제와 규모의 경제를 갖춘 기업들이 득세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까지 이들의 우세함은 계속됐다. 1970년 포천 500대 기업 목록을 보면 진짜로 제너럴모터스와 제너럴일렉트릭, 엑손모빌, 유니온카바이드와 같은 미국 산업의 기반이 되는 거대 기업들이 지배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통신과 전산기술의 출현으로 정보기술을 활용해 제품뿐 아니라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기업과 제품 스펙과 기능에 더해 정보 활용에 가치를 둔 모델이 전략적 우위를 점하기 시작했다. 공업 기반의 거대 산업체들이 오랫동안 우위를 유지하기는 했지만 1995년에 이르러서는 월마트와 AIG, 엔론, 시티그룹과 같은 기업들이 포천 500대 기업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경쟁우위의 역학관계는 오늘날 다시 한번 바뀌었다. 기업들은 자산에 대한 소유권보다는 접근권으로 우위를 얻고 있다. 게다가, 구글과 애플, 페이스북과 같은 완전히 새로운 범주의 ‘플랫폼’ 기업들이 등장했으며 이들은 고객 규모 자체가 워낙 큰 덕분에 선순환구조를 강화할 수 있다. 이를 ‘네트워크 효과’라 부르는데, 이런 역학관계는 기업이 고객의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추가 고객에게 더 많은 가치를 준다는 의미다. 이런 경우 시장을 선도하면 엄청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핵심은 모든 이론에는 제약이 따른다는 사실이다. 그런 조건을 벗어나 적용해 보려는 시도를 하다가는 재앙을 초래하는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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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BCG 뉴욕사무소의 선임파트너 겸 총괄이사(Managing Director)
[2]저서 <Innovator’s Dilemma>로 잘 알려진 하버드대 경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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